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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d-picked rating by our curatorsJang Koal: Yuyu 幽幽
About This Exhibition
‘유유(幽幽)’는 깊고 아득하며, 빛이나 소리가 희미하게 감도는 상태를 뜻한다. 그것은 쉽게 포착되지 않는 어떤 상태, 눈앞에 있으면서도 완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무엇인가에 가깝다. 장콸의 《유유》는 바로 그 모호한 지점에 머물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에서 감각이 머물고 움직이는 시간을 만들어낸다. 장콸의 그림은 일상에서 마주한 장면과 인상, 공상 속 이미지, 작업실 창밖의 풍경에서 출발한다. 포착된 장면은 기억과 상상, 감각의 개입을 거치며 조금씩 다른 모습으로 변형되고 그렇게 화면에 나타난 세계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현실과 닮아 있으면서도 마치 다른 시간과 감각이 더해진 듯 어딘가 어긋나 있다. 익숙한 인물과 풍경은 낯선 공간으로 이동하고, 현실과 상상의 경계 역시 서서히 흐려진다. 장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현실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으면서도 정확히 어디에서 본 것인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생긴다. 인물과 공간은 분명 존재하지만 그 관계는 선명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무언가를 바라본다는 것은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보는 것은 언제나 자신의 경험과 기억, 감각을 통과한 세계다. 같은 장면도 바라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경험된다. 결국 지각은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위라기보다, 세계와 자신 사이의 관계를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에 가깝다. 장콸의 그림은 이러한 지각의 불완전성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며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기보다 이미지가 여러 방향으로 열려 있도록 남겨둔다. 이번 전시에서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인물과 우리 사이에 놓인 여러 형태의 경계다. 물이나 철조망, 거미줄처럼 보이는 것들이 화면을 가로지르고, 인물의 몸 일부는 그 뒤에 가려진다. 신체의 일부가 다른 형상에 의해 가려지고, 물이나 그물, 선과 면, 식물과 같은 요소들이 인물과 관람자 사이에 개입한다. 어떤 화면에서는 인물이 마치 물속이나 안개 속에 있는 것처럼 보이고, 또 어떤 화면에서는 선과 구조물이 시선을 가로지른다. Come Closer, Look Out, Midwater, Silk Vigil 등의 작품에서 이러한 가림과 중첩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반복된다. 이러한 요소들은 인물을 숨기기 위한 장치인 동시에 그들을 바라보게 만드는 장치이기도 하다. 가려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시선은 그 너머를 계속 따라가게 된다. 가려진 것은 보이지 않는 나머지를 끊임없이 의식하게 만든다. 장콸의 화면에서 가림은 부재가 아니라 가능성의 공간이 된다. 우리는 인물을 바라보지만 인물에 대해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이 지점에서 장콸의 회화는 단순한 ‘응시’의 문제를 넘어선다. 우리는 타인을 바라보면서 그 사람을 이해한다고 생각하지만, 타인의 내면은 결코 완전히 우리의 시선 안으로 들어오지 않는다. 타인은 언제나 어느 정도의 거리를 가진 채 존재한다. 그리고 어쩌면 타인을 존중한다는 것은 그 거리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그 거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될 수 있다. 장콸의 인물들은 바로 그 거리를 지킨다. 작품 속 인물들은 우리의 시선 앞에 놓여 있지만 완전히 노출되지는 않는다. 화면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숨기기도 하고, 다른 형상과 겹쳐지기도 하며, 때로는 관람자에게 다가오는 듯하면서도 다시 뒤로 물러난다. Come Closer라는 제목이 흥미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까이 오라’는 말은 친밀함을 요청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더 많은 것이 가려져 있다는 사실을, 자신이 알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더 많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관계는 화면의 물질성에서도 반복된다. 장콸은 한지 위에 아크릴 물감을 쌓아 올린다. 선명한 색채가 표면을 형성하는 동시에, 그 아래에 있는 한지의 섬세하고 섬유질적인 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하나의 층이 다른 층을 지우는 대신 이전의 흔적을 남기며 새로운 층과 함께 존재한다. 이렇게 작품은 드러남과 가려짐이 동시에 일어나는 장소가 된다. 이번 전시의 작품들은 이러한 물질적 특성을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한다. 색과 형상이 중첩되고, 인물은 화면의 다른 요소들과 섞이며, 일부 이미지들은 마치 수면 아래에 잠겨 있는 것처럼 깊이를 만들어낸다. Inner Weather, Midwater, Surface Tension이라는 제목이 암시하듯, 화면의 표면은 단순한 평면이라기보다 내부와 외부, 표면과 깊이가 서로 교차하는 하나의 상태로 읽힌다. 특히 ‘Inner Weather’라는 말은 장콸의 인물을 이해하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내면의 날씨’는 말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감정의 상태를 가리킨다. 우리는 타인의 표정을 보고 감정을 짐작할 수 있지만, 그 사람의 내면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보이는 것은 언제나 표면이고, 그 아래에는 말해지지 않은 감정과 기억이 남아 있다. 장콸의 그림은 바로 그 표면과 내부 사이의 거리를 다룬다. 작품속에서 편안함과 불안함, 친밀함과 거리감, 열림과 닫힘은 서 로를 밀어내지 않은 채 한 화면 안에 공존한다. Rose & Blue, Shadowed, Silk Vigil, Slack Tide와 같은 작품속에서도 이러한 상반되거나 미묘한 상태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공존은 장콸이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과도 닿아 있다. 장콸의 회화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대상을 정확히 정의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되지 않은 상태를 견디며 바라보는 것이다. 작가가 남긴 작품의 틈을 통해 우리는 화면 속 인물을 바라보고, 그들의 세계를 상상한다. 그 순간 우리는 동시에 자신의 시선 역시 의식하게 된다. 내가 보고 있는 것은 인물의 모습인가, 아니면 내가 그에게 투사한 모습인가. 내가 느끼는 친밀함은 실제로 화면 안에 존재하는 것인가, 아니면 나의 경험이 만들어낸 것인가. 우리는 작품을 바라보지만, 작품 역시 우리의 시선을 되돌려준다. 작품은 우리에게 무엇을 보고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보고 있는지를 묻는다. 어둡고 고요하며 아득한 곳. 완전히 드러나지도, 완전히 숨겨지지도 않은 곳. 가까워질 수 있지만 끝내 소유할 수 없는 곳. 장콸의 회화는 그 사이에 머문다. 그리고 우리로 하여금 그 사이에 머물게 한다. 《유유》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상태를 하나의 이미지로 만든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가까움과 거리, 현실과 상상, 표면과 내면이 서로를 밀어내지 않고 한 화면 안에 머무는 동안, 작품의 의미 역시 하나로 고정되지 않는다. 그곳에서 그림은 설명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잠시 머물러야 하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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