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5등급
Kim Myung-hee: Deep Time
전시 소개
갤러리현대는 김명희 작가의 개인전 《깊은 시간》을 5월 7일부터 6월 14일까지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2003년과 2012년에 이어 갤러리현대와 작가가 함께하는 세 번째 개인전으로, 삶과 역사, 개인적 경험과 집단적 기억이 교차하는 작가의 반세기 작업 세계를 조망하는 미니 회고전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명 《깊은 시간》은 “김명희의 삶은 시간과 공간을 넓게 쓴다. 그리고 그 깊은 시간을 보편적인 매체이자 관심사로서 다루고 상상한다”는 현시원의 글에서 차용한 것으로 이는 작가의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이다. 1980년대 뉴욕 시기의 목탄 드로잉부터 1990년대 이후 전개된 칠판화와 영상이 결합된 작업 그리고 신작에 이르기까지 40여 점의 작품을 소개한다. 이를 통해 뉴욕과 춘천 내평리 두 작업실로 오가며 형성된 작업 세계의 흐름과 그 속에 축적된 시간과 경험의 층위를 선보인다. 김명희는 ‘이동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인 ‘앰뷸런트(ambulant)’의 감각을 바탕으로, 인류사와 개별 존재를 아우르는 시선을 보여주는 작가로서, 한국 현대 여성 미술의 서사 속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점한다. 남성 중심적 사회였던 1970년대, 민중미술이 주류를 이루던 시기 그는 ‘표현 그룹’ 활동을 통해 여성 작가들의 지속 가능한 작업 환경을 모색했다. 동시에 그는 외부의 흐름에 영향받지 않고 창작 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뉴욕으로 떠났다. 1974년 유관순기념관 벽화작업을 계기로 인연을 맺은 김차섭(1940-2022)과는 뉴욕에서 결혼하여 평생을 함께했다. 이후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의 교육을 바탕으로 패션 부티크를 운영하며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는 동시에 작업 세계를 확장해 나갔다. 여성 서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인류학적 시선을 발전시켜 온 그는 김향안 여사를 비롯한 동료들과 함께 뉴멕시코 지역, 실크로드,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에 이르는 지역 등을 여행하며 다양한 문화권의 공동체 및 디아스포라와 교류했다. 이러한 경험은 작가의 인류학적 세계관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었다. 1990년 춘천 내평리의 폐교에서 칠판을 발견하고 이를 작업의 지지체로 삼기 시작한 이후, 그는 뉴욕과 한국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김명희는 특정 사조나 경향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 온 작가이다. 스스로를 디아스포라나 노마드 보다 ‘이동하면서 살아가는 존재’인 ‘앰뷸런트(ambulant)’에 가깝다고 설명하며, 그의 작업은 특정 이론이나 역사에 기대기보다는 삶과의 긴밀한 연속성 속에서 전개된다. 미술사가 시대별로 요구해 온 주요 개념들에 종속되기보다, 그는 삶과 작업을 하나의 궤로 연결해 왔다. 작품 속에서 ‘앰뷸런트’로서의 경험은 개인의 자의식을 넘어 공동체적 감각으로 확장되며, 구상적 도상과 표현은 단순한 재현과 개인의 관점 너머에 인류학적 시선의 다층적 시간을 포괄한다. 때문에 그의 작업은 구조와 형식, 이론과 맥락의 틀을 얽매이지 않고 가로지르며, 다양한 존재와 그 시간의 층위를 사유하게 한다는 점에서 독자적인 여성 창작 주체로 자리한다. 쓰고 지우기가 반복되는 칠판이라는 매체 또한 이러한 시간의 축적을 드러내며, 김명희 작업 전반을 관통하는 ‘깊은 시간’의 개념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다. 1990년 춘천 내평리의 폐교에서 발견한 칠판은 그의 작업에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작가는 칠판을 회화의 주요 구조로 가져와 소거와 축적이 반복되는 상징적 지지체로 확장하고, 이를 통해 모더니즘 회화의 제한된 인식적 지평을 넓혔다. 또한, 칠판 작업에 영상이 더해지며, 하나의 평면 회화이자 미디어인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 어두운 표면 위에 얹히는 오일 파스텔의 점과 선은 빛처럼 축적되며, 이미지가 부유하는 듯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낸다. 특유의 물질성이 돋보이는 칠판화는 전통적 회화의 물질성과 재현 방식을 재고하게 하며, 축적된 시간의 차원으로 안내한다. 칠판 위에 작가가 세밀하게 묘사한 도상들은 인간과 자연, 칠판에 내재된 ‘소거와 축적’의 시간성을 드러내며, 화면에 포착된 깊은 시간을 직관적으로 환기한다. 이렇듯, 칠판 회화는 작가가 이동해 온 시공간 궤적의 반영이자 그의 ‘그림’과 ‘삶’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암시한다. 〈서울에서 온 소년〉과 같이 영상이 결합된 대형 칠판 회화는 인간과 자연의 운동성에 대한 감각으로 확장되며, ‘소거와 축적’이라는 생명이 살아 숨 쉬는, 고요하면서도 숭고한 화면 속으로 관람자를 이끈다. 이번 전시에는 내평리 풍경, 자화상, 군상, 지도 연작과 더불어 김명희의 삶을 조명하는 장우진 감독의 다큐멘터리 일부가 함께 소개된다. 이를 통해 작가의 삶과 작품을, 그 둘의 긴밀한 관계를 입체적으로 살필 수 있다.
작품 감상
전시 분위기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전시 정보는 변경되거나 오기입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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