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3등급

김선종 개인전: 황혼 속 기어오는 자 The Creeper in the Dusk

2026.08.08 ~ 2026.08.22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산업로 85

전시 소개

남겨진/남은 시간: 풀(리)고 묶(이)고 엮(이)기 콘노 유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는 쥘 베른(Jules Verne)의 소설 『해저 2만리』(1869)를 분석하면서 잠수함으로 이동할 때의 폐쇄적 성격에 주목한다. 근대 발전에서 기술은 세련되거나 속도감 있는 것으로 종종 묘사되는 것과 달리, 여기서 바르트는 ‘은둔하는 연속적 모티프’로 본다. 앞으로 나아가는 진보적 사고방식이 아닌, 요람과도 같이 시간을 그 속에 함축한다. 이 묘사는 바다를 다시 ‘생명의 근원’으로 보는 시각을 허용한다. 모든 생명은 바다에서 탄생했다. 바다로부터 출발한 생명체는 시간이 지나 지금 땅에서 걸어 다닌다. 근원은 광대한 한편 미시적인 연쇄(탄생과 소멸, 먹이사슬, 기후 변동 등)를 반복하는 곳이다. 육지의 활동 범위보다 제한적인 바다에서 시간은 천천히 움직인다. 소설의 무대가 된 바다와 잠수함의 대비—잠수함에서 은둔할 때, 초단위의 시간 감각은 없을지라도 광범한 시간적 흐름에 노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변 환경의 변화나 감각 이상에 예민해지듯이 말이다. 시간이 달라붙는 감각이 여기에 있다. 달라붙은 시간은 셀 수 있을까? 잠수함에 들어가서 움직일 때, 그 경험은 안정보다는 나를 둘러싼 변화를 더 직접 느끼게 된다. 폐수 처리장으로 사용되던 전시장에 들어간다. 김선종의 개인전 《황혼 속 기어오는 자》(고색뉴지엄)는 물과 시간이 순환하던 이곳에서 열린다. 설치된 작품과 함께 오래된 것이 천천히 움직이고 기어다니는 시간들이 있다. 김선종의 작업에서 시간은 (해양) 폐기물을 가지고 왔다는 점에서 과거에 머물지만, 폐기물을 (재)사용한다는 점에서 시간을 다시 움직이게 한다. 작가가 바닷가에서 발견한 물건들은 인간이 남긴, 대부분은 쓸모를 잃은 것들이다. 해변에는 그런 만남이 있다. 저 멀리서 이곳으로, 떨어져 있던 시간과 공간이 조우한다. 형태적으로 가로로 긴 형태와 빛은 저 깊은 바닷속, 심해에 사는 생명체를 연상케 한다. 퇴화하여 최소한의 신체적 감각만 가진 이들은 해안에 떠밀려온, 물결과의 충돌로 일부분이 깎인 물건과도 시각적으로 흡사하다. 수평선 너머와 바다 밑에서 우리 앞에 연결고리가 생긴다. 김선종의 작품에 엮여 있는 것은 사물뿐만 아니라 여러 시간들이다. 시선이 가는 데로 낚아채듯이 임기응변으로 가져다 쓰는 도시의 방법론 대신, 김선종의 작품에는 느린 얽힘이 있다. 제목에도 반영된 ‘초개체’는 연결망이나 연쇄, 그러니까 개체를 벗어난 위치를 생각한다. 촉수와 척수가 이어진 작품 형상에서, 우리가 사물을 쓰고 버리는 행위에서, 더 나아가 여파를 받는 인류 역사 안에 놓일 때, 인간 또한 ‘초개체’임이 드러난다. 인간이 남긴 잔여물이 분해되는 시간을 떠올린다. 산업 폐기물이나 방사능을 이야기할 때마다, 우리는 몇백 년 후를, 몇 세기 후라는 기나긴 시간대를 생각한다. 하지만, 오히려 긴 시간은 우리의 사고방식을 비감각적으로 만든다—우리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로 생각하듯이 말이다. 김선종의 작업에서 반사하거나 매끈한 촉감, 그리고 미세한 움직임이 보일 때, 우리는 잔여의 시간을 피부로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 감각은 인류 이후의 시대를 디스토피아나 폐허로 상정하는 데서 벗어나게 해 줄 것이다. 쓸모를 잃은 폐기물은 완벽한 생산품으로 소생되는 대신 동물적인 형상과 주술적인 자리가 된다. 전시장에 들어온 사람은 시간여행 하듯이 작품을 만난다. 저 멀리서 들리는 소리는 과거와 미래를 향해 울려 퍼진다. 지난 세기부터 현재까지 퇴적해 온 과거에 귀를 기울이고, 머나먼 시점을 선취한 지금, 작품은 미래에 근접한/인접하는 가상을 우리에게 전달한다. 그리하여 전시는 우리에게 닥쳐올 가까운 미래를 연출하는, 현실에 가까운 미래상을 보여주는 장소가 된다. 황혼 속에 기어오는 존재가 있다. 인류 이후의 시대에 이들의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그림자가 땅에 서서히 닿는 시간은 어둠을 향하기 전에 고한다. 황혼은 단일한 시간축을 세우지 않는다. 그 대신 흐름과 연쇄를 잔여의 그림자에 펼쳐놓는다. 수직적인 표현 대신 수평적인 표현은 내게로 기어오는 것이다. 전시장에 잠시 정박된 시간과 공간은 작품을 통해서 풀(리)고 묶(이)고 엮(이)기를 반복한다. 어둠이 찾아오기 전에 황혼이 있었고, 황혼이 있기에 우리는 어둠을 풍요롭게 생각할 수 있다. 깊은 바다에서 움직이던 흐름들. 남겨진 시간과 남은 시간—세상의 종말로부터, 우리가 더 살아간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이 종말과 얼마 멀지 않다면, 우리는 가까이서 닿아 있는 시간을 먼저 생각해 봐야 한다. 김선종이 생각하는 ‘초개체’는 이미 인류 이후의 세계가 가까이서 시작되고 있는 시선을 가지고 온다—멀리 떨어진 시공간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운 곳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는 징조로써. 우리가 매번 소환하는 위기의 시나리오가 있다면, 《황혼 속 기어오는 자》에 미세하게나마 감지되는 진동은 상상된 닫힌 결말을 비틀어 우리의 가까운 과제로 삼는다. 서문: 콘노 유키 @k40_hermione 포스터 디자인: 신다빈 @sinmyo.design 도움 주신 분들: 최지혜, 김훈겸 사진 기록: 송광찬 @poisonsong_studio 주최 | 주관: 김선종 @seonjong_kim 후원 : 수원특례시, 수원문화재단 @swcf_official *수원문화재단 2026 유망예술가 지원사업 선정 (김선종) *평일 차량 방문 시 전시장 앞 길에 주차 가능 *주말 차량 방문 시 고색뉴지엄 주차장 이용 가능 *대중교통 이용 시 들바람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하시면 됩니다. (고색뉴지엄까지 도보 5분 소요)

관람료
무료
운영시간
일 10:00-18:00
월 휴관
화 10:00-18:00
수 10:00-18:00
목 10:00-18:00
금 10:00-18:00
토 10:00-18:00
주최/주관
김선종 @seonjong_kim 후원 : 수원특례시, 수원문화재단 @swcf_official *수원문화재단 2026 유망예술가 지원사업 선정 (김선종) *평일 차량 방문 시 전시장 앞 길에 주차 가능 *주말 차량 방
문의
031-227-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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