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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1] 분만실에서 깨자마자 받아든 핏빛의 덩어리를 마주하며 아이의 안부부터 물었다. 처음 만난 아이를 바라보며 느낀 낯섦도 잠깐, 내 몸에서 빠져나간 이 약하디 약한 작은 사람과 내가 한 몸이었다는 확실한 연대감으로 나보다는 아이의 시간을 따라가기 시작했다. 내 이름이 아닌 누구의 어머님으로 불리며 나 개인은 단번에 없어져 버렸다.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허락된 시간에만 볼수 있는 아이의 얼굴을 보러갔다. 24시간 도돌이표 같은 육아노동에 갇혔고 쉬는 시간조차 아이를 위한 필요한 정보를 찾아 헤매며 거부할 수 없는 궤도에 올라탄 듯 속절없이 모성에 부합하기 위해 아이의 시간을 뒤쫓았다. 아이를 향한 이 책임감을 모성(motherhood)이라는 나에게 내려진 모성에 온전히 닿지 못하는 스스로의 취약함을 탓하거나 내 삶을 찾으려는 작은 움직임에 뒤따르는 죄책감을 무턱대고 부정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진 그 자리에서 비로서 발견되는 모성의 민낯, 즉 사랑과 소외가 뒤섞인 불완전한 감정의 궤적으로부터 엄마라는 존재의 본질을 역으로 생각해본다. [2] 모성이라는 역할에는 아이를 돌보는 행위인 먹이기, 씻기기, 재우기, 안아주기, 책 읽어주기, 훈육하기 등 육체적이고 정신적인 노동, 즉 ‘마더링(mothering)’이 수반된다. 돌봄의 행위는 마더링의 과정 속에서 반복되지만 곧장 모성에 도달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엄마와 나의 삶이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엄마이면서 엄마가 아닌 방황은 사회가 부여한 모성의 규범을 향해 나아가면서도, 그 기준을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비껴나거나 어긋나는 순간들을 겪어내는 분열의 경험이다. 여기서는 예측할 수 없고 때로는 표현되지 못한 채 그러나 분명히 존재하며 흔들리는 감정과 몸의 자취를 만들어 낸다. 아이의 시간에 맞추어 재편되는 하루들 속에서 마더링은 끊임없이 진행되는 상태이며 엄마가 되어가는 시간성을 내포한다. 그것은 완성되지 않았으며 변형되고 움직이는 과정이며 돌봄과 자유, 헌신과 소진, 규범과 파열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며 이루어진다. 전시 《마더링 플루이드》는 이처럼 누락된 엄마됨(becoming a mother)의 감각에 주목한다. 여기서 마더링은 유예된 감정의 시간을 감내하며 이어가는 실천이자 실패와 반복 속에서 끊임없이 재조정되는 유동적(fluid) 상태다. 마더링의 유동성은 모성의 서사와 거리를 두고자 한다. 엄마가 되는 것은 사회가 강요하는 모성에 부합하는 성취의 문제가 아니라 몸과 시간, 감정이 매번 재배치되는 사건이기 때문이다. 실패와 지연, 반복은 마더링의 결함이 아닌 오히려 그것을 성립시키는 조건이다. 전시는 모성이라는 이름 아래 누락되어온 몸의 낯섦, 감정의 진폭, 돌봄의 실패와 유예같은 지워지고 드러나지 않은 비언어적이고 비가시적 감각에 시각적 가능성을 부여한다. 즉, 엄마됨은 고정된 역할이 아닌 삶을 감당하는 방식, 감정을 견디고 반복을 감내하며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신을 조율하는 윤리적이고 감각적인 상태로 나타난다. 전시는 두 개의 층으로 나뉜 공간에서 마더링의 유동적인 감각을 감각의 층위로 설정한다. 마더링의 감각을 들여다보기위해 임신, 출산, 육아라는 신체적 경험을 겪어낸 6명의 작가의 시선으로 전시를 구성했다. 지상층은 육체로부터의 감각, 지하층은 마더링의 수행으로부터 이어지는 관계의 흐름에 따라 구성된다. 먼저 생물학적 신체적 풍경으로 시작을 연다. 출산을 향한 몸의 변화, 몸 내부에서 자라는 움직임, 이질적 감각들 그리고 반복되는 육아 일상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엄마의 신체에 대해 보여준다. 지하 1층은 몸의 수행에서 관계의 층위로 천천히 침잠한다. 이 공간은 타자와의 연결, 돌봄의 균형, 예상할 수 없는 감정의 파동이 작동하는 관계의 장으로 구성된다. 글: 임미주 기획자 기획: 임미주 (제13회 아마도전시기획상 선정 큐레이터) 참여작가: 김허앵, 로지 기븐스, 신승주, 윤향로, 조영주, 최성임 디자인: 이건정 설치: 주창하, 탁현우, 미래아트 영상 설치: 올미디어 운송: 미래아트, 들이다 전시 전경: 조준용 공간 조성 : 임규민 주최/주관: 아마도예술공간 후원: ㈜ 넵스테크놀러지 출처: 아마도예술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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