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1등급

디바만리: 척추와 마디 D.Va.Man.Ri: Dissolving Validity, Manifold Ripples

Date
2026.05.09 ~ 2026.05.17
Venue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충정로 7, 구세군빌딩
Category
분류 전
관람료
무료
관람시간
월 휴무, 화-일 10:00-18:00
주최/주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전시총괄: 극장운영부 (모두예술극장) 전시기획 및 운영: (주)ENA파트너스 큐레이터: 김지연 리서치 및 아카이브: 허명진 그래픽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이승진 공간디자인: PET and MASS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전시 정보는 변경되거나 오기입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시 소개

이 전시는 김만리와 타이헨이 43년 동안 일궈 온 광활한 예술 세계를 만나기 위한 작은 단초다. 다양한 실험과 도전이 교차해 온 예술가의 시간을 길어 올리는 마중물이자, 그 결을 더듬어 보고자 발췌 형식으로 구성한 아카이브 전시다. 단번에 펼쳐 보일 수 없는 방대한 작품 세계에 진입하는 방편으로, 김만리가 32년간 발행해 온 잡지 <이마주(IMAJU)>를 전시의 척추로 삼았다. 그로부터 작가의 작업 태도,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일곱 개의 동사(등장하다, 구르다, 펼치다, 노려보다, 비우다, 변태하다, 녹아들다)를 추출하고, 동사별로 <이마주>에서 발췌한 텍스트, 이미지, 작가의 드로잉을 묶어 7장의 호외를 발행했다. 신체와 움직임에서 출발하는 타이헨의 물음은 거기 머물지 않고 훨씬 더 근원적인 차원으로 흘러간다. 인간을 끝없이 측정하는 사회는 무엇을 재고 있나. ‘무엇을 할 수 있나’라는 기능과 능력의 자리에서, ‘어떻게 존재하는가’라는 존재 방식의 자리로 옮겨 섰을 때, 승패와 우열을 축으로 굴러가는 문명은 그 정당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 쓸모 있는 생명과 불필요한 생명을 가려내는 우생사상의 잣대 앞에서, 어떠한 생명이든 조건 없이 절대 긍정될 수 있는가. 비틀리고 통제되지 않는 신체가 땅과 밀착해 구르고 기어 다닐 때, 인간이 세운 관념을 버리고, 우주의 법칙 그 자체에 닿을 수 있는가. 이 물음을 마주하면서 김만리는 가장 소외된 신체를 통해 인류 보편의 진리를 탐구하는 ‘추상 신체 표현 연극’을 확립했고, 마침내 인간의 신체 하나하나가 우주를 품고 있으며 피부의 안과 밖이 모두 우주라는 인식 위에서, 신체와 우주가 합일되는 시점에 이르렀다. 다양한 신체들이 고유한 ‘생명의 형태’로 무대 위에 산다. 전시 제목 ‘디바만리’는 ‘디바’와 ‘김만리’의 합성어이다. 이때의 디바는 흔히 화려한 조명 아래 곧게 서서 완벽하게 통제된 기량을 뽐내는 프리마돈나는 아니다. 가장 낮은 땅에 밀착해 기고 구르면서 ‘땅으로부터의 시선’을 존중하고, 중력과 온몸으로 부딪히면서 우주의 법칙과 교감하는 수평적 대지의 디바로 재정의된다. 영어표기 D.Va.Man.Ri는 작가의 예술적 실천을 은유한다. 단어들을 단숨에 읽어 내려갈 수 없는 장치로 맺혀 있는 마침표는 호흡의 기호이자 분절된 신체, 통제되지 않는, 혹은 다른 방식으로 통제되는 신체의 마디마디가 되어 관객을 자꾸 멈춰 세운다. 그리하여D.Va.Man.Ri는 Dissolving Validity, Manifold Ripples 즉, 유효함이라는 기준을 녹이고 만 갈래로 번져 나가는 파문의 의미를 담아, 작가의 예술적 실천을 압축한 강령으로 읽힌다. Validity는 유효함, 정당함을 뜻하지만, 그 어근에는 오랫동안 장애인을 가리켜 온 명사 invalid가 깔려 있다. 누구의 신체가 valid한가를 판정해 온 능력주의, 우생사상의 잣대를 망치질이 아니라 물의 시간으로 천천히 녹여 흘려 보낸다. 그 자리에 일어나는 것은 단 하나의 파동이 아니라 다층으로 번지는 파문이며, 작가의 신체가 대지에 떨어져 만들어 내는 동심원이자, 32년간 끊김 없이 이어진 <이마주>가 일궈 온 사상적 파장이기도 하다. 전시장 중앙을 가로지르는 것은 김만리의 굽은 척추를 닮은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은 1994년8월 창간호부터 2026년 봄 발행된 제94호에 이르기까지, 32년 동안 끊김 없이 발행된 잡지 <이마주>를 지탱한다. <이마주>는 단순한 기록물을 넘어 타이헨의 사상적 외곽을 담당해 온 거점이자, 전시를 떠받치는 물리적 척추다. 척추 주변에 놓인 일곱 개의 노드(Node)는 작가의 예술론이 무대 위에서 실천되는 일곱 개의 동사다. 방대한 아카이브의 궤적을 잇는 신경망의 마디이자, 뇌의 통제 대신 신체 본연의 의지를 따르는 움직임의 스코어이며, 함께 상영하는 열 편의 공연 실황 영상을 꿰는 일곱 개의 결이기도 하다. 전시 공간에 담긴 자료들은 김만리와 타이헨의 세계를 모두 포괄하기에 부족하다. 그러나 부족함은 부족함대로 이 전시의 형식이고, 발췌이기에 비로소 가능한 응시의 자리이기도 하다. 이 작은 단초가 관객들에게는 관념이 흔들리는 첫 호흡이 되고, 연구자들에게는 김만리와 타이헨의 세계를 탐구하기 위한 첫 마디가 되기를 바란다. 척추를 닮은 이 아카이브가 단단한 세계를 녹이고, 이제 그 틈새로 번지는 다원적 파장이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체로 흘러 든다. (김지연, 큐레이터) 참여작가: 김만리, 타이헨 주최주관: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전시총괄: 극장운영부 (모두예술극장) 전시기획 및 운영: (주)ENA파트너스 큐레이터: 김지연 리서치 및 아카이브: 허명진 그래픽디자인: 홍은주 김형재, 이승진 공간디자인: PET and MASS 자료제공: 김만리, 타이헨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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