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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국제갤러리는 3월 19일부터 5월 10일까지 한옥과 K3에서 한국계 캐나다 작가 로터스 강(Lotus L. Kang)의 개인전《코라Chora》를 개최한다. 한국에서의 첫 개인전인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유산(inheritance)의 개념을 하나의 체현된 조건으로 보고, 개인의 유산을 비단 혈통이라는 사적 서사의 맥락뿐 아니라 건축, 환경, 기억의 차원으로 확장해 탐구한다. 이에 한옥이라는 전통 건축물과 K3의 현대적 건축물을 아우르는 전시 구성을 통해 과거와 현재가 위계 없이 공존하는 공간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전시 제목은 불가리아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 줄리아 크리스테바(Julia Kristeva)가 발전시킨 ‘코라(chora)’의 개념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이는 의미나 형상이 고정되기 이전의 원초적 공간을 가리킨다. 어머니의 자궁에 흔히 비유되는 코라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수용적이고 운율적이며 유동적인 생성의 장(場)이다. 코라의 개념을 기반으로 공간을 해석하는 작가에게 있어 공간이란 단순히 무언가를 담는 기능으로서의 그릇이 아닌, 자양과 변형이 이루어지는 곳이 된다. 이러한 전시 공간의 전역에서 작가는 온전히 견고함의 상태도, 완전히 무(無)의 상태도 아닌, 그 사이에 유예된 채 발현된 형태들에 주목한다. 전시는 한옥의 마당에서 시작된다. 실내이자 실외로서 안과 밖의 경계가 교차하는 중정은, 그 비워진 공간으로써 건축을 지탱하는 구조적 중심으로 기능한다. 작가는 이 마당을 ‘코라’로 보고, 그 ‘중간(inbetween)’ 적 상태를 능동적인 힘으로 해석한다. 연근에 뚫린 수많은 구멍이 그 식물을 되레 단단하게 하듯, 마당의 공백 또한 생성의 가능성으로 작동한다. 이 코라의 중심에는 삐약 거리는 아기새가 한 마리 놓여 있다. 무한한 잠재력을 품고 있는 동시에 극도로 연약한 존재인 아기새는 시작과 끝이 교차하는 삶의 순환을 암시한다. 한옥의 내부에서는 실리콘, 포토그램(photogram), 주물 등으로 만든 평면 콜라주 작품들이 놓여있다. 모두〈중배엽(Mesoderm)〉연작에 포함되는 작품이다. ‘중배엽’이란 배아가 근육과 뼈, 결합 조직으로 분화하기 이전의 배아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로, 완성된 형상을 묘사하기보다 생성의 과정에 놓인 물질을 나타낸다. 이러한 생물학적 연상은 루미노그램(luminogram) 연작인 〈시냅스(Synapse)〉로 이어진다. 감광지 위에 나일론 장바구니를 올려 확대해 포착한 이미지들은 몸의 세포 및 힘줄과 닮아 있다. 한옥 내부의 벽과 바닥 곳곳에는 일본식 다다미를 활용한 〈수신기 발신기(Receiver Transmitter)〉 연작이 자리한다. 일반적으로 수평으로 펼쳐놓고 사용하는 다다미의 설치 모습을 변주해 본래의 안정적인 기능성을 제거했다. 작가는 다다미의 넓은 표면이 아닌 그 가장자리와 접는 부분, 즉 구부려지고 접히며 시간의 흔적을 품게 되는 지점들에 주목하고자 한다. 여기서 기억이란 기념비적이거나 거대한 형상이 아니라, 여러 주름과 틈 사이에 끼어 축적되고 전달되는 작은 추억들로 제시된다. 작가의 다다미 작업은 북한에서 내려와 서울에서 곡물을 팔아 가족의 생계를 유지했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에 맞닿는다. 몸을 누이며 휴식을 취하던 할머니의 시간을 기록하는 다다미는 남북한뿐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얽힌 일본 및 미국의 역사까지 다층적으로 엮어 기원 및 소속의 개념을 복합적으로 다변화한다. 이는 ‘재현 없는 신체’에 대한 작가의 관심의 연장선에 놓인 것으로, 이를 통해 작가는 한옥이라는 한국의 전통적 건축 공간 안에서 자신의 유산에 다가서기도, 동시에 그로부터 멀어지기도 한다. K3에서는 한옥의 마당을 현대 건축 안에 번안한 〈코라 코라(Chora Chora)〉 설치작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처음 선보이는 이 작품은 연근의 다공성 구조를 연상시키는 강철 조이스트 구조물을 기반으로 한다. 그 위에 반투명 천을 덮고, 이를 거울 바닥 위에 설치함으로써 무한히 확장되는 공간성을 부여하고 구조적 안정성에 대한 개념을 뒤흔들고자 한다. 이는 작가가 자신의 정체성을 이해하는 방식의 현현이기도 하다. 완전히 차 있지도 완전히 비어 있지도 않은 상태의〈코라 코라〉 안에서 마치 아기새가 어미의 소화를 거친 먹이를 통해 생존하듯, 작가 또한 본인에게 주어진 역사를 자신만의 해석으로 소화해 전유한다. 선형적인 시간의 흐름을 따르기보다는 서로 다른 시간성을 하나의 공간에 중첩시키는 것이다. 작가가 새로이 만들어낸 이 ‘마당’ 위로는 두 편의 영상이 상영된다. 하나는 전라도 갯벌을 방문한 여정의 기록물이며, 다른 하나는 작가가 마흔 번째 생일을 맞아 수행한 의식 기반의 퍼포먼스에 대한 기록물이다. 특히 후자의 작업에서 작가는 해변을 49 바퀴 도는 자신의 모습을 기록했는데, 이는 삶과 죽음, 그리고 회귀를 사유하는 몸짓이다. 이는 새로운 터에 복을 기원하고 영혼을 맞이하고자 마당 이곳저곳에 설치한 술병들과도 공명한다. 또한 마당 구조물 주위에는 알루미늄 및 브론즈로 캐스팅한 수백 마리의 멸치를 엮은 풍경(風磬) 구조물을 달아놓아 그 그림자가 영상 위로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한다. 마당 뒤편에 매달린 일련의 필름 설치작〈 몰트(우드리지-뉴욕-서울-)(Molt (Woodridge-New York-Seoul-))〉 역시 시간을 기록해나간다. 분홍, 보라, 노랑의 색조를 띤 이 필름을 작가는 ‘피부’라 칭하며 내부와 외부의 경계를 다시 한번 흐린다. 피부란 본래 신체의 내부와 바깥 세상을 구분하는 역할을 하지만, 여기서는 오히려 그 경계 자체가 지워진다. 이 필름 연작은 뉴욕 스튜디오 및 뉴욕 북부에 위치한 작가의 온실에서 제작되는데, 작가는 필름이라는 재료를 그곳의 햇빛과 같은 그 자연환경에 노출시키는 과정을 가리켜 필름을 ‘태닝(tanning)’시킨다고 표현한다. 말 그대로 햇빛에 태울 뿐 아니라 물 자국과 곤충의 흔적 등 환경 속 여러 요소들을 흡수하는 이 과정을 통해 필름에 새로운 연쇄반응의 순환이 생김과 동시에 필름이 본래 지니고 있던 이미지 생성의 기능은 상실된다. 이 전시장 안에서도 필름은 주변 환경에 지속적으로 반응하며 작가가 구축해온 시공간의 흔적을 품고 또 축적한다. 작가소개 로터스 강(b. 1985) 은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현재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거주하며 활동 중이다. 작가는 2008년 몬트리올 콘코디아 대학교에서 학사, 2015년 뉴욕 바드컬리지의 밀턴 에이버리 예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수료했다. 작가는 뉴욕 52 Walker (2025), 런던 치젠해일 갤러리 (2023), 밴쿠버 현대미술관 (2023), 시카고 현대미술관 (2023), 토론토 머서유니온 SPACE (2022), 오크빌 갤러리 (2019)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제15회 상하이 비엔날레 (2025), 뉴욕 현대 미술관 (2025), 뉴욕 휘트니 미술관 (2024), 토론토 온타리오 미술관 (2023), 뉴욕 뉴 뮤지엄 (2021) 등 유수의 기관에서 열린 단체전에 참여했다. 2024년에는 존 사이먼 구겐하임 메모리얼 재단 미술 분야 펠로우십을 수상했다. * 작가는 온실 공간을 지속적으로 제공해준 데니스턴힐(Denniston Hill) 레지던시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온실은 캐츠킬 산맥(Catskill Mountains)의 우드리지(Woodridge)에 위치하며, 이곳은 레나페호킹(Lenapehoking)이라 불리는 에소푸스(Esopus) 부족의 선조적 영토 내에 자리합니다. 참여작가: 로터스 강 Lotus L. Kang 출처: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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