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4등급
유이치 히라코: New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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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전시 개요 OVERVIEW 갤러리바톤은 유이치 히라코(Yuichi Hirako, b. 1982)의 개인전 《New Home》을 2024년 6월 5일부터 7월 13일까지 한남동 전시 공간에서 개최한다. 히라코는 자연, 동식물, 인간의 공존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비유와 상징이 가득한 화풍으로 조명해왔다. 바톤과의 두 번째 개인전에서 작가는 회화, 조각 및 설치를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매체의 다양한 특질을 선택적으로 활용하여 작품 저변의 고유한 주제의식을 보다 입체적으로 구현해낸다. 히라코는 풍요로운 자연환경을 갖춘 일본 오카야마 현에서 태어나 유년기를 보냈다. 마을에 인접한 울창한 숲이 동식물이 의식주를 위탁하는 순환계의 구심임을 체득하며 성장한 작가는, 런던에서의 대학 생활 동안 도시의 녹지대와 인테리어용 식물의 주된 존재 이유가 인간의 정신적 위안에 치중되어 있음에 주목하게 된다. 인공적인 장소에 이식되어 기본적인 생육에 통제를 받다가 차례로 소멸하는 상황이 애초에 그들에게 주어진 운명일까 라는 작가의 문제 의식은 작품의 근간을 이루는 중심 주제로까지 발전하였다. 이는 모든 자연을 통일된 하나의 전체화된 개념에서 조망하는 심층 생태학(Deep ecology) 관점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히라코는 고유한 시각적 언어로 자연은 극복하거나 개척해야 하는 대상이 아닌 동등하게 대하고 존중해야 하는 독립적인 대상임을 설파해왔다. 파괴된 자연과 고통받는 동식물에 대한 적나라한 고발이 현대 환경 보호 운동의 효과적인 어젠다라면, 그는 미술의 매체적인 특성을 십분 활용하여 탈 제도적이고 온건한 방식으로 작품 자체의 미학적 가치에 더해 자신의 신념을 꾸준히 드러내오고 있다. 작업의 주요 등장 요소이자 근간을 이루는 하이브리드 캐릭터와 고양이, 강아지 등의 동식물은, 작품의 복합적인 서사성을 배가시키는 핵심적 역할을 하며 중심 주제에서 다층적으로 분화해가는 세부 스토리 라인을 구축한다. 이러한 보조 캐릭터의 등장은 유사한 시각매체인 애니메이션의 구성 기법에 있어 하나의 정석으로 여겨지는데, 장편 또는 시리즈에서 자칫 발생하기 쉬운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장면의 정황 전달에 유용하기 때문이다. 메인 캐릭터와 같은 선상에서 항상 보호를 받는 설정은, 자연과 동물이라는 대상에 대해 작가가 품고 있는 연민을 상징하기도 한다. 작업 초기부터 큰 규모의 군락을 구상한 후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완성한 전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목제 조각들은, 동식물의 본성을 오랜 기간 관찰하고 자신의 작품에서 온전히 구현하고자 하였던 히라코의 의지가 보다 성숙한 단계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공통된 특질을 공유하기에 일견 유사해 보이지만 크기와 세부적인 부분에서 저마다의 부여된 차별성을 가진 조각들은, “동일한 집단 안에서의 설계된 세부 변이”라는 자연의 핵심적인 시스템적 특성을 시뮬레이션 한다. 전시명인 “New Home”은 인간의 관점에서 앞으로 펼쳐가야 할 미래의 이상적인 세계에 대한 작가의 대안적인 해답과도 같다. 북, 통기타, 랜턴 등 지난 세기를 상기하는 사물의 빈번한 등장은, 유한한 자원하에서 지구의 주기성에 맞춰 생육을 위해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시절을 연상시킨다. 자연이 순응과 극복의 대상이 아닌 극단적인 착취의 대상이 되어버린 현세의 지배적인 특징 중 하나는 과학적 합리성과 증명의 극단적인 신봉이고, 이런 관점에서 히라코의 작업은 하이브리드 캐릭터의 등장 만으로도 무척이나 초현실적이고 낯설어 보인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지점에서 히라코는 무수한 세월 동안 이어져왔던 자연과 인간의 암묵적인 공존의 역사가, 비정상적이고 퇴보로 치부되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음을 위트 있고 때로는 의미심장하게 환기시킨다.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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