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소개
취약과 비가시성은 우리에게 언제 다가올까. 부재는 언제나 인식을 전제로 한다. 어떤 대상이 그곳에 있었다는 것, 누군가가 내 곁에 존재했다는 것, 어떤 구조가 나의 움직임을 지탱해왔다는 사실은 먼저 경험된 뒤에야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부재는 역설적으로, 그 인식이 무의식에 가까워졌을 때 더 선명하게 찾아온다. 너무 익숙해져 더 이상 의식하지 않던 것이 사라졌을 때, 우리는 비로소 그것이 얼마나 오래 몸의 일부처럼 작동해왔는지 체감한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은연한 감각에서 출발하고 있다. 우리는 눈으로 확인하기 전에 이미 어떤 구조를 감각할 수 있는 존재다. 매일 지나는 길의 방향이 몸에 먼저 남아 있거나, 보이지 않는 단차 앞에서 발걸음이 미세하게 늦춰지는 순간처럼, 우리의 몸은 종종 인식보다 먼저 세계의 형태를 짐작한다. 전시장에 놓인 철제 격자, 하수구, 단차가 있는 표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구조물들은 완결된 하나의 대상처럼 보이지만, 동시에 내부와 외부, 있음과 없음, 접촉과 거리 사이에서 불안정하게 작동할 뿐이다. 그것들은 무엇인가를 지탱하면서도 완전히 안심할 수 없게 만들고, 열려 있는 듯 보이지만 끝내 통과할 수 없는 경계를 형성한다. 이곳에서의 취약성은 쉽게 무너지거나 약한 상태가 아니다. 오히려 어떤 구조가 자기 자신만으로 완결될 수 없다는 사실, 언제나 다른 조건과 관계 속에서만 유지된다는 사실을 드러내곤 한다. 서로 기대어 있는 것들, 닿아 있지만 합쳐지지 않는 것들, 연결되어 있지만 완전히 도달할 수 없는 것들은 모두 이러한 취약성을 품고 있다. 전시 《닿아 있는 벽 사이의 벽》은 사라진 이후에도 몸 안에 남아 움직임을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골조들을 더듬어 완전히 닿을 수도, 완전히 분리될 수도 없는 관계들 사이에서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이 이미 불완전한 접촉 위에 놓여 있음을 천천히 감각하게 한다. 전시는 취약성을 무너짐의 징후가 아니라 관계가 유지되는 방식으로 이야기하여 서로에게 닿아 있으면서도 하나가 되지 못하는 것들, 사라졌지만 여전히 몸의 방향을 바꾸는 것들, 그 사이에 남겨진 보이지 않는 골조들을 통해 우리가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을 다시 감각해보고자 하고 있다.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전시 정보는 변경되거나 오기입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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