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1등급
Painting in Spring 봄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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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매끄러운 디지털 화면이 시각 경험을 지배하는 지금, 역설적으로 회화는 그 오래된 가상의 질서인 원근법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을 제시한다. 소실점의 붕괴는 단순한 기하학적 변화가 아니라, 르네상스 이후 지속된 재현 체계의 해체를 의미한다. 이는 회화의 화면을 투명한 창으로 위장하는 관습 대신, 붓질과 물감이 엉겨 있는 평면 자체를 드러낸다. 인터넷 시대에 이르러 화가와 회화, 자본과 소유권 사이의 관계가 재편되면서, 회화를 교환 가능한 상품으로 고정 짓는 힘과 그것에 저항하는 물질적 실천 사이의 긴장이 새롭게 가시화된다. 편집과 수정이 실시간으로 진행됨과 동시에 완결된 이미지로 떠다니는 픽셀의 세계와 마주하며, 이번 전시에 참여한 여섯 명의 작가는 붓질이 겹쳐지고 물감이 마른 뒤 덧칠되는 느린 시간성과 제 신체의 흔적을 각자의 방식으로 탐구한다. 강종길은 구음의 파동을 시각적 기호로 전사하며, 휘발되는 소리를 붙잡으려는 신체적 고투의 흔적을 거칠게 남긴다. 그의 붓질은 소리꾼의 시김새를 화면 위에 물질화하며, 찰나의 진동이 원근법적 재현이 아닌 회화적 사건으로 정착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김민조는 건축물이나 운송 장치와 같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대상을 재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화면 위에 조형적 요소들을 겹겹이 쌓아 올리며 익숙한 풍경 속 기이한 틈을 발견해 나가는 작업은, 고정된 사물을 생명력을 지닌 유기적 형상으로 전이시키는 과정이다. 문유소는 구조적인 선과 비정형의 색면을 맞물리며 추상회화의 가부장적 문법을 퀴어링(queering)한다. 소실점으로 수렴되는 안정된 공간감을 만드는 대신, 손의 리듬과 감각을 통해 공간적 규범을 비틀어놓는다. 이 행위는 회화를 정체성과 물질이 교차하는 실천의 장으로 만든다. 문주혜는 종교화의 도상과 게임의 서사 구조가 공유하는 위계를 해체한다. 그는 신화적 형상들을 부유하는 이미지로 재배치하며, 마치 게임 속 ‘버그’처럼 원본의 질서를 정지시킨 채 낯선 장면을 만들어낸다. 이는 이미지가 하나의 기호로 고정되는 것을 거부하고, 감각과 상상력의 층위 사이를 유영하도록 한다. 박시원은 식물과 동물이 결합한 존재들이 사는 가상의 세계 ‘플로토피아’를 상상해왔다. 그는 회화와 섬유 기반의 입체 작업을 오가며 버려진 오브제와 얼굴의 표정을 겹쳐 일상에서 떠오르는 감정의 편린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엮는다. 이코즈는 기억과 그 기록 사이를 오가며, 회화를 기억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시공간으로 확장한다. 반복된 기억과 행위 속 감각의 미세한 변화를 추적하는 그는 항과 계열을 나누고 안과 밖의 경계를 허물며, 평면적이면서도 원근감을 지닌 화면을 만들어낸다. 화가의 신체가 남기는 붓질의 물질적 리듬은 소통의 장소를 형성한다. 회화는 완결된 자율적 객체가 아니라 관계를 매개하고 변형하는 통로로서 기능한다. 화가의 손을 거쳐 물질이 조직되는 작품이 전시와 순환을 통해 사회적 네트워크 속으로 진입하고 이동하는 시간이 회화 위에서 중첩될 때, 회화는 자신을 둘러싼 환경과의 마찰과 협상 속에서 새로운 감각의 질서를 스스로 조직한다. 이 전시는 고정된 산물이 아닌, 타동적으로 작동하며 의미를 생성하는 매개로서의 회화에 주목한다. 이러한 타동적 관점은 회화의 제도적 위치를 다시 묻게 한다. 동시대 미술 비평 담론의 큰 축을 이루는 미술관과 비엔날레라는 공적 장에서 회화는 점차 주변화되는 듯하다. 제도적 비평 안에서 회화의 존재는 좀처럼 두드러지지 않지만, 아트페어와 미술시장에서 회화는 여전히 압도적인 지배력을 행사한다. 〈봄 회화 Painting in Spring〉는 이 제도와 시장 사이의 간극에 주목한다. 전시는 회화를 단순히 상품이나 사회적 맥락과 분리된 낭만적 예술 형식으로 보지 않는다. 대신 캔버스라는 물질적 토대 위에서 동시대 감각과 여러 층위의 사회 조건이 상호작용하는 비평적 매체로서 회화의 가능성을 다시 묻는다. 글: 양지윤 참여 작가: 강종길, 김민조, 문유소, 문주혜, 박시원, 이코즈 전시 기획: 서동욱, 양지윤, 이선미 전시 협력: 노충현, 이강욱, 이제, 정주영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김은서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창작주체 주최/주관: 대안공간 루프 작가와의 대화 참여 작가: 강종길, 김민조, 문유소, 문주혜, 박시원, 이코즈 진행: 서동욱, 양지윤, 이선미 일시: 2026년 4월 11일 (토) 오후 3시 출처: 대안공간루프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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