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1등급

정정엽: 지구독대여자

2026.06.17 ~ 2026.08.12
서울 종로구 인사동 178-2

전시 소개

전시 서문 독대의 방법론[1]​ 이연숙(리타) ‘독대’는 한자로 ‘홀로 독(獨)’에 ‘대답할/마주할 대(對)’를 쓴다. 풀어쓰면 ‘다른 누구 없이 홀로 마주한다’라는 의미이다. 통상 용례로는 윗사람과 비밀리에 특정 사안에 대해 논의하는 상황을 가리키며 불평등한 위계 질서를 전제하는 단어이다. 그렇지만 이번 전시 제목에서 정정엽은 이를 다른 관점으로 전환한다. 나는 이를 내 식대로 풀어본다: 흔히 ‘대’는 두 적수 사이를 구분하는 표기로서 쓰이는데 이는 영어의 ‘VS’와 대응한다. 그러면서 ‘대’는 다른 누군가에 ‘대항하다(against)’로도 확장된다. 알다시피 대항은 늘 다른 누군가에 ‘대해’ 반대 방향으로 향하려는 운동이다. 그러려면 나와 반대 방향에 있는 상대(相對)가 반드시 존재해야 한다. 대답 또한 마찬가지이다. 거기에는 내가 말을 돌려줘야 할 책임 있는 누군가가 이미 있다. 그러므로 ‘홀로’ ‘마주한다’라는 뜻이라곤 해도 실제 ‘독대’라는 글자에는 드러나지 않는 어떤 존재—‘타자’가 항상 포함되어 있다. ‘독대’는 나와 다른 타자와의 대면이자 대답이다. 이는 물론 나와 불화하는 사건이다. 오직 수직(│)수평(─) 획으로만 이루어진 빳빳하게 곧은 ‘독대’ 두 글자에는 화해, 협상, 합의 불가능한 타자와의 절대적인 차이가 이미 자기 형태로서 예시되고 보존된다. 나와 타자에겐 교차점은 있지만 평행선은 없다. 한치 양보 없는 존재와 존재의 만남이자 대결—이를 페미니즘 언어로는 ‘평등’이라 쓴다. 통상 평등이란 인간 간에 차별 없이 같은 권리를 보장 받는 상태를 의미한다. 그렇지만 ‘독대’ 관계에서 발생하는 평등에는 긴장이 수반된다. 타자는 불편하고 내게 두려움을 주기 때문이다. 기실 페미니스트 정치성, 감수성이란 종과 비/생물의 구분을 초월하여 나와 다른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을 존중, 경탄—무엇보다 ‘연민’으로 전환하는 일종의 도착(perversion) 능력과도 같다. 전문 페미니스트 주체라면 나와 대상 간의 힘, 크기, 능력 ‘차이’를 가부장적 위계 질서의 언어로서 자동 번역하는 사고 방식에 부동의할 뿐만 아니라 무감동하다. 이런 경지에 도달하기까지는 부단한 훈련이 뒤따른다. 아마 그렇기에 많은 평자들이 정정엽의 그림에서 통상 ‘화가’라는 말이 부여하는 권위와는 다른 대안적인 태도를 읽어내는 것이겠다. 과연 벌레-여자-화가로서 정정엽은 “두렵지만” “어둠” 속을 “촉각”으로 “더듬”으며 매일 수종(種)수족(足)의 타자를 “쓸쓸”하고 “쏠쏠”하게 마주하며 나무 판넬 캔버스를 무대 삼아 이들과의 ‘독대’를 온몸으로 재연한다. 그의 스케일에 맞춰 1:1로 뻥튀기된 거대 나방과 거대 풀들의 거친 표면은 작가의 신체가 수행했을 그리기의 안무(choreography)를 재생한다. 매순간이 “최초의” “원초적” 접촉인 타자와의 경이로운 만남은 그림이란 수행으로 반복된다. 이제 그림이란 ‘독대’의 다른 형식이다. 반복 불가능한 타자와의 관계가 거기 있다. 한편 ‘독대’는 정정엽에게 자유로도 번역된다. 제멋대로 말하자면 내겐 대선배인 그는 지난 세월 동안 민중(민족/노동)-여성(‘변방’)의 경계 현장에서 예술-생활 간의 긴장과 그런 긴장이 외려 가능하게 하는 재미를 단 한순간도 포기하지 않았으며 또한 그런 긴장으로부터 살아남은 예술가다. 그는 그런 경험을 통해 내장으로 익힌 본능 같은 직관으로 자유란—물론 ‘평등’ 또한 마찬가지로—무한정의 몫이 아닌 극단적인 대립 사이에서 찰나 체험되는 “균형” 상태라고 간주한다. 이런 관점에서 자유는 일반적인 용례와는 달리 자기 한계를 인지하고 이를 시험하는 자기 수양이자 자기 돌봄이다. 그림은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이다. 타자와 자기 자신 간의 ‘독대’ 관계를 수련하는 정신적인 공간이자 물리적인 장소로서 캔버스는 ‘화가’ 정정엽의 의도를 제한하며 동시에는 ‘그로부터’ 가능해진 우연을 개방한다. 각기 다른 결을 가진 나무 판넬 캔버스라는 불균질한 환경은 이런 긴장 상태에서만 획득되는 회화적인 쾌(pleasure)를 낳기 딱 좋은 매트릭스다. 다시 ‘독대

운영시간
일 10:30-18:00
월 10:30-18:00
화 10:30-18:00
수 10:30-18:00
목 10:30-18:00
금 10:30-18:00
토 10:30-18:00
참여 작가
정정엽
문의
02-733-8877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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