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전시 정보는 변경되거나 오기입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시 소개
기술은 삶의 바깥에 놓인 도구가 아니라 감각과 관계를 조건 짓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스마트폰 알람으로 잠에서 깨고, 위성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움직이며, 알고리즘이 골라낸 소식을 접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그 안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관계 맺는 방식도 함께 바뀌어 갑니다. 누군가의 곁을 지키는 일, 돌보고 기대는 형태 역시 이 환경 안에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오래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변화하는 풍경 속에서도 사람을 사람 곁에 머물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하는 물음입니다.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 개관 20주년 기념전 《사랑의 기원 AMOR EX MACHINA》은 여기에 사랑이라는 말을 다시 놓아 봅니다. ‘사랑의 기원’은 거대한 기술 문명 앞에서도 훼손되지 않는 인간성의 근원을 찾아가는 여정으로, 우리가 마침내 회귀해야 할 목적지가 사랑에 있음을 제안합니다. 동시에 ‘아모르 엑스 마키나(Amor Ex Machina, 기계 장치로부터의 사랑)’는 고전 극작술 개념인 데우스 엑스 마키나(Deus Ex Machina, 기계 장치로부터 온 신)를 변주한 표현으로 초월적 존재의 작위적 개입 대신 기술과 기계 장치로 구축된 오늘날,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결국 사랑이라는 근원적 토대임을 의미합니다. 서로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존재들이 그럼에도 다가가고, 돌보고 기대며, 상처 입을 가능성까지 품은 채 함께 머무는 일. 연민과 돌봄, 상호의존과 연결은 불완전한 존재들이 서로의 곁에 있기 위해 오랫동안 배워 온 방식입니다. 기술이 관계의 형태를 고쳐 쓰는 시대일수록, 사랑은 먼 곳의 관념이 아니라 삶을 지속시키는 구체적인 조건으로 다시 떠오릅니다. 전시는 이 조건을 이야기의 원형 속에서 되짚어 봅니다. 불을 훔친 자의 경이와 대가, 기억을 강물에 맡긴 자의 상실과 변형, 낯선 모습으로 돌아온 자의 분투가 오늘의 장면 위에서 펼쳐집니다. 신체는 기술과 맞물리며 변화하고, 기억은 데이터로 옮겨지며, 체계의 바깥에 선 이들은 스스로의 감각으로 세계를 견딥니다. 오래전부터 전해진 이야기는 과거에 머물지 않습니다. 현재를 비추는 틀이 되는 동시에,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미리 가늠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곳에서 오래된 이야기는 지금의 언어가 됩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들은 지난 이십 년 사이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거쳐 갔습니다. 그들의 작업에는 당대의 기술 환경과 감각의 변화가 켜켜이 남아 있습니다. 기술이 신체와 인식, 연결의 모양을 바꾸어 가는 장면을 자신의 언어로 그려 온 그 시간은, 창작이 달라지는 세계 속에서 감각을 다시 세우고 타자와 공생하는 방식을 배워 가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사랑의 기원》이 바라보는 것은 더 정교해진 장치와 더 촘촘해진 시스템을 통과하고도 여전히 우리를 인간이게 하는 감각입니다. 오래된 이야기와 동시대의 풍경, 난지의 시간을 지나온 작업들이 한자리에 놓일 때, 사랑은 지금 이곳에서 작동하는 힘으로 다가옵니다. 전시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단일한 모양으로 건네는 대신 비슷한 서사를 되풀이하면서도 매번 다른 자리에 도달해 온 오래된 여정처럼, 각자의 걸음으로 다시 더듬어 보게 합니다. 출처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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