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1등급

심상 풍경 — 존재와 인식, 그리고 감각의 층위

Date
2025.10.16 ~ 2025.10.31
Venue
서울특별시 종로구 자하문로10길 9-4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0길 9-4
Category
분류 전
관람시간
[홈페이지 참고] (확인 필요)
참여 작가
민병길
문의
02-737-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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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전시 개요 OVERVIEW 기획의 글 민병길 사진의 철학적 풍경학 민병길 작가의 사진은 단순한 자연 풍경의 재현을 넘어, 존재와 인식, 감각의 층위에서 내면의 심상을 환기시키는 시적 사유의 장을 펼쳐낸다. 그의 이미지들은 특정한 장소나 사건을 설명하지 않으며, 오히려 시간과 내러티브로부터 벗어난 장면들을 통해 어떤 본질적인 ‘있음’의 상태를 고요히 응시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 앞에서 무언가를 해석하거나 파악하려는 습관적인 욕망을 잠시 내려놓고, 단지 그 자리에 있는 사물들의 침묵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안개에 가려진 산등성이, 멀리 외로이 놓인 나무 한 그루, 텅 빈 평야 위에 미동조차 없는 오브제들은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방식으로 우리에게 말을 건넨다. 바로 이 지점에서 그의 사진은 ‘존재’에 대한 직관을 일으킨다. 하이데거의 사유를 빌리자면, 존재는 의미나 역할 이전에 그저 ‘거기에 있음’으로 충분하며, 민병길의 사진은 그런 존재의 현전을 시각적으로 증명해낸다. 작가의 이미지에서 대상은 주인공이 되기를 거부하고, 다만 배경 속에서 그 자체로 머무르며, 우리가 무엇을 ‘본다’는 사실보다 먼저, 우리가 어떤 존재를 ‘감지하고 있다’는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시각 중심의 인식 방식에 균열을 낸다. 민병길의 사진은 분명히 어떤 장면을 포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장면은 파악되기보다는 흐릿하게 스며들고, 확정되기보다는 유예된 상태로 남아 있다. 우리는 그의 사진을 바라보며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품게 되지만, 답은 주어지지 않는다. 작가는 어떤 설명이나 정보 전달에도 무관심하며, 오히려 시선과 대상 사이의 간극, 보는 것과 아는 것 사이의 흔들림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이러한 태도는 들뢰즈가 말한 ‘지각의 생성성’ 개념과도 연결된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인식은 완성된 실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되고 흩어지는 흐름이며, 민병길의 사진은 바로 그 인식의 미완의 상태, 인지와 감지의 중간지대에 머무는 풍경을 보여준다. 우리는 그의 사진을 통해 단지 외부의 세계를 본다기보다, 그 풍경을 인식하는 우리 자신의 내면적 감각과 마주하게 되며, 그로 인해 ‘풍경을 보는 행위’ 자체를 성찰하게 된다. 결국 그의 사진은 ‘풍경이 나를 본다’는 전복적인 체험을 가능케 하며,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 사이의 위계를 해체한다. 이렇게 시각적 인식이 흔들리는 순간, 우리는 ‘감각’이라는 더 본능적이고 직접적인 층위로 이끌린다. 민병길의 사진은 명확한 구도나 극적인 대비를 피하며, 대신 부유하는 안개, 연한 빛의 농담, 윤곽이 사라져가는 형상들 속에서 감각의 파동을 만들어낸다. 이때 감각은 시각이라는 감각기관의 차원을 넘어서, 시간, 기억, 체온, 정서와 연결된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울림으로 확장된다. 이는 메를로-퐁티가 말한 ‘지각의 살(flesh of perception)’ 개념을 떠올리게 한다. 세계는 우리 몸과 감각을 통해 지각되는 ‘살’로 이루어져 있으며, 우리는 사물과 나를 구분하는 경계에서가 아니라 그 감응의 접촉면에서 세계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민병길의 ‘심상 풍경’은 바로 그 접촉면 위에 떠 있다. 그것은 외부 풍경의 재현이 아니라, 내면 감각의 반영이자 감정의 투영이며, 관람자의 기억과 감수성에 따라 전혀 다른 울림으로 다가오는 일종의 정서적 거울이 된다. 그의 사진은 침묵하지만, 그 침묵은 비어 있지 않다. 오히려 그 고요한 장면 속에서 우리는 오래된 기억의 파편,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결을 만지고, 결국은 각자의 내면에 자리한 풍경 하나를 떠올리게 된다. 이처럼 민병길 작가의 사진은 존재를 감각하게 하고, 인식을 질문하게 하며, 감각의 층위에서 우리를 사유의 깊이로 이끈다. 그의 ‘심상 풍경’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정적인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세계의 외형을 빌어 존재의 본질을 드러내는 장이며, 보는 행위의 본질을 되묻는 인식의 실험이며, 감각의 가장 내밀한 결을 따라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울림의 공간이다. 우리는 그의 사진 앞에서 잠시 멈추고, 생각하고, 느끼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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