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1등급
보우스트 막사 연대기 곽윤주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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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2014년, 곽윤주는 런던 ICA에서 「머나먼 베트남 (Loin du Vietnam, 1967)」이라는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게 되었다. 크리스 마르케, 요리스 이벤스, 아그네스 바르다를 위시한 당시 비평적 지식인으로 알려진 프랑스 영화인들은 인도차이나를 점령했던 프랑스의 식민지 역사에 대한 언급은 건너뛴 채, 미국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있었다. 한국의 베트남전 파병이 미국의 경제 지원과 맞바꾼 거래였으며, 한국군이 미국의 반공 용병이었다는 알랭 레네의 서술 앞에서, 작가는 서구 지식인들의 탈식민 담론 안에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식민적 상황과 마주한다. 2015년, 곽윤주는 탈북한 80대 할머니의 통역을 위해 방문한 네덜란드 난민 보호소 건물이 과거 네덜란드 군인들이 머물던 막사였다는 사실을 접한다. 이를 계기로 작가는 네덜란드인 군인이자 건축가인 아우구스트 보우스트 대위(1900-1985)가 네덜란드 전역에 설계한 16개 보우스트 막사를 직접 기록하고 촬영하며, 역사와 기억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해 왔다. 이 오랜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한 〈The Defectors (2017)〉는 남한으로의 귀순을 거부하는 북한 난민의 내러티브를 중심으로, 네덜란드인 백인 기독교 활동가, 네덜란드인 한국학 교수의 인터뷰, 그리고 작가의 보이스오버를 직조하여 다층적 서사를 구성한다. 보우스트 막사는 시대적 요구에 따라 용도가 변화해 온 장소로, 그 자체로 역사적 궤적을 품고 있다. 1930년대 후반, 나치 독일의 확장에 대비하기 위해 네덜란드 전역에 급히 건설된 이 군사 시설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네덜란드 군의 훈련 기지로 사용되었다. 이후 탈식민 시기에는 인도네시아 독립전쟁에 파병된 군인들의 훈련 거점이 되었고, 1950년대에는 유엔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쟁에 파병되는 병력의 전초 기지로 활용되었다. 냉전 체제 아래에서는 북대서양조약(NATO) 회원국으로서의 군사적 의무에 따라 여러 해외 파병과 관련된 시설로 기능하며, 굴곡진 현대사의 흐름을 함께해왔다. 1980년대 이후 막사는 난민 보호소로 전환되어, 전쟁과 식민주의, 냉전 등의 여파가 부메랑처럼 돌아온 장소로 변모한다. 작가가 2017년부터 진행한 인도네시아 현장 리서치는 약 350년 동안 지속된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가 오늘날까지도 다양한 방식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전시에서는 각 막사가 위치한 도시의 기록 보관소와 네덜란드 왕립 군사 아카이브, 국립 아카이브 등에서 수집한 사진, 영상, 문서 자료를 함께 선보인다. 1:50의 비율로 제작된 보우스트 막사 건축 모형과 루프의 공간에 맞춰 테이프로 구현된 막사 도면은 역사적 기록의 텍스트, 이미지를 관객이 신체적으로 감각할 수 있도록 한다. 〈Only The Ports Are Loyal To Us (2020)〉는 식민주의적 사업을 가능하게 했던 해양 이동성에 주목하며, 네덜란드와 인도네시아 수라야바 항구를 잇는 연결망을 시각적으로 풀어낸다. 작가는 네덜란드 시청각 아카이브 기관(Nederlands Instituut voor Beeld & Geluid)의 인도네시아 관련 영상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식민 권력 도구로서의 시청각 자료들을 비판적으로 해체한다. 항구, 배, 수라바야를 중심으로 한 이 아카이브 연구는 식민 지배의 시각적 기록에 내재된 권력 관계를 드러낸다. 수라바야 탄중 항구의 항만 노동자들은 과거의 기록 영상과 동시대의 이미지 사이를 부유하며, 식민 역사의 시간성을 초월하는 듯한 존재로 나타난다. 이는 과거의 잔재가 현재에도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암시하며, 식민 역사의 지속적인 순환을 강조한다. 아마드와 피터의 인터뷰 영상(2026)은 서로 등을 맞댄 채 양쪽에서 관람 가능한 형태로 제시되어, 각기 다른 위치와 경험에서 비롯된 역사적 관점을 마주하도록 한다. 네덜란드 막사 촬영 중 만난 피터(b.1954)는 냉전 시대 3년간 전신감청사로 복무하며 도청 업무를 수행했다. 들리는 내용을 그대로 받아 적어야 하는 반복적인 업무 속에서 자신이 기록한 내용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는 사실은 정보 수집과 통제 체계의 익명성을 드러낸다. 작가는 아마드(b. 1925)를 2018년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수라바야에서 만났다. 1937년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 학교에서 읽기와 쓰기 대신 노래와 식물 그림을 그리게 했던 우민화 정책의 경험과 1941년 일본군의 보조병인 헤이호로 동원되어 네덜란드에 맞서 싸웠던 인도네시아 독립 전쟁의 기억을 증언한다. 작가는 아마드가 실제로 헤이호에 참여했는지 여부가 분명하지 않다는 점을 언급하며, 개인의 서사가 현재의 시점에서 재해석되고 재구성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역사에 대한 현재주의적 재해석은 〈Holy Territory (2026)〉에서 더욱 구체화된다. 수라바야에 기반한 루데브루그 군사 커뮤니티는 파괴된 옛 네덜란드 대법원 터에서 매달 수라바야 전투를 재연한다. 이는 인도네시아 독립을 기념하고 대중을 교육하려는 목적을 갖지만, 동시에 현 인도네시아 정부를 향한 애국심과 민족주의적 역사관을 강화할 위험성을 내포한다. 전쟁의 영웅적 서사만을 강조함으로써, 복합적인 역사적 맥락과 관점을 배제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은 과거를 기억하는 행위가 현재의 시점에서 특정한 이데올로기를 강화할 수 있음을 드러내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비판적 성찰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탈식민이라는 용어는 과거에 대한 방어적 대응 수준에 머무르며 서구 지식인들의 PC주의적 기반에 봉사하기로 한다. 식민적 상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곽윤주의 개인전 《보우스트 막사 연대기》는 전후 서유럽 아방가르드 영화 유산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통해 제도적 지식 체계의 구조에 대한 질문을 끈질기게 던진다. 자신의 관찰과 경험, 리서치 과정에서의 상호작용, 성찰을 기반으로, 탈식민 담론이 지닌 한계를 현장 리서치와 자료 수집의 방식을 통해 드러낸다. 픽션과 논픽션을 오가는 곽윤주의 에세이 영화는 동시대의 인식론적 공백 안에서 드러난 적이 없는 정체성과 억압된 기억을 되살리며, 침묵된 목소리를 복원하는 과정으로서 예술 실천이다. 글: 양지윤 편집: 에이미 피클스 번역: 김은서 곽윤주 곽윤주는 서울과 로테르담을 기반의 시각예술 작가이자 연구자이다. 그는 공식·비공식 아카이브, 건축, 역사 연구를 기반으로 현장 조사, 아카이벌 리서치, 지역 커뮤니티와의 연대 방식을 결합하며 작업한다. 나아가, 그는 비디오 에세이, 사진, 디지털 몽타주, 아카이브 설치 작업을 통해 그녀는 역사, 사회적 배제, 이주, 타자성, 영성의 문제를 다층적으로 다룬다. 기념비를 세우기보다, 시각적 증언을 만들어 가면서 공식 서사에서 배제된 목소리와 개인 및 집단의 기억에 대한 공감의 장을 구축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네덜란드 군사 건축물인 보우스트 막사를 경계적 공간으로 조명하며, 해당 장소가 식민지 유산과 냉전 시대의 외상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서로 다른 지리적 영역에 걸쳐 간과된 역사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다양한 시각적 서사의 방식으로 보여준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탈식민 실천으로서의 걷기: 페르티간 프로젝트의 12년을 돌아보며 아니타 실비아 강연, 곽윤주와의 대화 일시: 2026년 3월 14일 (토) 오후 3시 냉전의 무의식: 여성, 군사주의, 그리고 귀환으로서의 건축 문선아, 양지윤, 곽윤주와의 대화 모더레이터: 이선미 일시: 2026년 3월 20일 (금) 오후 3시 주최: 대안공간 루프, 곽윤주 후원: 서울문화재단, CBK Rotterdam,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시각예술창작주체 출처: 대안공간루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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