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전시 정보는 변경되거나 오기입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전시 소개
박나라의 이번 개인전은 ‘인간이 표면을 관리하도록 요구받는 강제된 수행(performance)’에서 출발한다. 깨끗해지고, 건강해지고, 더 나은 상태가 되기 위해 우리는 매일 비누를 사용하고, 화장품을 바르며, 위생과 미용을 수행한다. 이러한 행위들은 돌봄과 자기 보호의 언어로 설명되지만, 동시에 현대 사회가 개인에게 요구하는 ‘자기 최적화(self-optimization)’의 압박이기도 하다. 영화 〈아메리칸 싸이코〉(2000)는 물질 중심 사회에서 한 인간이 표면에 집착하는 심리를 극단적으로 드러낸다. 피부 관리, 외모, 브랜드에 대한 강박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승인받기 위한 반복적 수행이다. 이 집착이 가학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그것이 예외적인 병리라기보다 오늘날 우리가 이미 익숙하게 실천하고 있는 자기 관리의 논리를 날것으로 노출시키기 때문이다. 박나라의 작업은 이 지점을 보다 조용하고 물질적인 방식으로 다룬다. 비누, 코스메틱, 위생 및 미용용품은 그의 작업에서 단순한 소비재가 아니라, 현대 사회가 신체를 관리하고 규정하는 언어로 기능한다. ‘클린’, ‘내추럴’, ‘헬시’, ‘퓨어’와 같은 단어들은 산업적 마케팅을 통해 반복되며, 개인의 욕망을 자연스러운 선택처럼 보이게 만든다. 작가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에서 욕망이 어떻게 설계되고 유통되는가이다. 이러한 접근은 1960~70년대 이후 미술에서 등장한 신체와 물질의 정치성을 탐구한 흐름과 연결된다. 한나 윌케(Hannah Wilke)는 자신의 신체를 통해 미와 젠더, 질병의 문제를 다루었고, 캐럴리 슈니만(Carolee Schneemann)은 신체를 표현의 대상이 아닌 의미 생산의 주체로 끌어올렸다. 박나라 역시 신체를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 그것을 둘러싸고 관리하고 보호하는 사물과 물질을 통해 신체성을 우회적으로 호출한다. 특히 작가는 이전 작업들에서 인간의 신체를 미용 제품, 비누, 위생 제품으로 덮거나 치환함으로써, 신체가 더 이상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리되고 가공되는 대상임을 드러내왔다. 이는 질병과 건강, 청결과 오염의 경계가 사회적으로 구성된 개념임을 지적한 수전 손택(Susan Sontag)의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건강해 보이는 표면은 언제나 규범적 기대와 불안을 동시에 내포한다. 이번 전시에서 회화적 평면은 하나의 피부이자 광고판처럼 작동한다. 표면 위에 배치된 색과 이미지들은 색조 화장품 분말, 비누, 치약과 같은 미용 및 위생제품으로 이루어졌으며, 인간이 스스로를 관리하며 만들어낸 인공적인 신체의 단면이자 벽을 연상시킨다. 그 표면은 매끄럽고 정제되어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끊임없이 갱신되어야 하는 존재의 불안과 결핍이 축적되어 있다. 박나라의 작업은 이렇게 묻는다. ‘우리가 끝없이 닦고, 바르고, 관리하는 이 표면은 과연 우리를 보호하는가, 아니면 더 쉽게 소비되고 교체 가능한 존재로 만드는가?’ ‘아름다움과 건강을 향한 욕망은 어디까지가 개인의 선택이며, 어디부터 사회와 산업이 설계한 심리인가?’ 이번 전시는 인간의 욕구와 산업, 신체와 이미지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표면 아래에 숨겨진 권력과 감정의 구조를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드러낸다. 참여작가: 박나라 출처: THEO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전시 정보는 변경되거나 오기입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에 확인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