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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소개
누구나 매일 무언가를 입는다. ‘오늘은 무얼 입지?’라는 고민을 한 번쯤은 떠올려 보았을 것이다. 여기 미술관을 방문한 당신 또한 길을 나서기 전 같은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무엇을 입느냐’라는 질문은 단순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나의 역할과 관계, 옷을 입는 날의 상황과 태도까지 다양한 맥락이 함께 얽혀 있다. 우리는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외피를 선택하고, 사회적 위치와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기도 하며, 나의 외형에도 어울릴지, 혹은 그날의 기분이나 계획까지도 고려하며 적합한 차림을 고른다. 이렇듯 뭘 입는가에 대한 고민은 곧 각자가 어디에 속해 있고 어떤 위치에 놓여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며 드러내고 싶어 하는지와도 긴밀히 연결된다. 수원시립미술관 상반기 기획전 《입는 존재》는 지극히 익숙한 행위인 ‘입기’에서 출발한다. 입는 것들은 종종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결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성별과 계층, 노동과 소비, 개인과 집단을 가르는 기준들이 겹겹이 작동해 왔다. 전시는 옷과 외형, 그리고 신체와 결합하는 다양한 요소들을 통해 입는 행위가 몸의 기능과 감각, 역할을 조직해 온 사회적·산업적 조건과도 깊이 연결되어 있음을 살펴본다. 전시에서 소개하는 작품들은 규범과 제도, 기술과 신체, 패션과 소비의 관계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다루며, 옷이 만들어지고 유통되며 착용되는 조건들에 주목한다. 이를 통해 전시는 무엇을 입을 수 있었는지, 또한 어떤 차림이 기대되고 요구됐는지가 사회적 규범과 구조 속에서 형성되어 왔음을 짚어낸다. 참여 작가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입기’를 둘러싼 구조를 보여준다. 어떤 작업에서는 옷이 사회적 정체성을 수행하는 장치로 기능하며, 또 다른 작업에서는 신체에 착용하는 도구나 장치를 통해 몸의 감각과 작동 방식이 새롭게 조정된다. 산업적으로 생산된 의복, 버려진 재료, 규범화된 복식은 작가들의 시선을 통해 신체와 권력, 통제와 확장의 문제로 전환된다. 이 과정에서 ‘입는다는 것’이 취향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조건과 기술, 제도 속에서 지속적으로 구성되어 온 행위임이 입체적으로 나타난다. 《입는 존재》는 일상에서 아무렇지 않게 입고 벗어온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자 한다. 보호와 표현, 소속과 통제, 자유와 규범이 교차하는 자리에서, ‘입는 대상’들은 단순한 표면을 넘어 관계와 권력, 정체성, 그리고 산업과 같은 다층적인 의제로 확장된다. “나는 지금 무엇을 입고 있는가?”라는 물음은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사유로 이어진다. 이 전시가 전시실을 나서는 순간까지 자신이 무엇을 입으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선택을 둘러싼 기준에는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참여작가: 김준, 니키 리, 마사 로슬러, 박영숙, 서도호, 송상희, 안창홍, 연진영, 오형근, 윤정미, 이원호, 이형구, 잉카 쇼니바레, 제임스 로젠퀴스트, 차영석, 후유히코 타카타 출처: 수원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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