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 2등급
거의 아무것도 아닌 날들
전시 소개
회화적 상상과 시각적 쾌감을 조명하는 윤상윤의 개인전 《거의 아무것도 아닌 날들》이 5월 8일부터 30일까지 옵스큐라 양재에서 열린다. 그의 회화는 거대한 서사나 극적인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풍경과 인물, 사물과 빛, 현실과 상상이 맞물리는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감각을 붙잡는다. 《거의 아무것도 아닌 날들》은 아무 일도 아닌 듯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들이 어떻게 낯선 감각으로 드러나고 회화 안에서 하나의 장면으로 남는지를 보여준다. 《거의 아무것도 아닌 날들》에서 ‘거의’는 그의 회화가 머무는 사이의 상태를 가리킨다. 장면은 현실에 닿아 있지만 현실로 고정되지 않고, 꿈을 닮았지만 꿈으로 사라지지 않으며, 기억처럼 보이지만 특정한 과거로 환원되지 않는다. 그것은 환상과 기록, 사건과 정적, 풍경과 무대가 서로의 경계를 느슨하게 풀어내는 지점에 놓인다. 현상학의 관점에서 세계가 완성된 대상으로 주어지기보다 바라보고 감각하는 순간마다 새롭게 조직되는 경험의 장이라면, 그의 회화는 바로 그 감각의 발생을 붙잡는 방식에 가깝다. 여기서 ‘아무것도 아닌’ 순간은 공허가 아니라 아직 이름을 얻지 않은 가능성의 상태다. 무언가 일어난 듯하지만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무언가 시작된 듯하지만 그 방향은 장면 안에 조용히 머문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숲과 정원, 오래된 건축, 물이 차오른 공간과 그곳에 머무는 사람들을 통해 현실과 비현실이 조용히 맞물리는 장면을 구성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수면 위에 서 있거나, 나무와 수풀 사이에 앉아 있거나, 무대처럼 열린 장소 주변에 흩어져 대화하고 바라보며 기다린다. 바닥은 물이 되고, 물은 인물과 건축, 나무와 하늘을 비추며 장면의 경계를 흐린다. 흰 사슴 위에 앉은 인물, 테이블 위 자전거를 탄 소녀, 수면 아래 떠오른 생명체의 형상, 숲속의 연주자와 불빛을 둘러싼 사람들은 모두 현실의 논리에서 조금씩 벗어나 있다. 그러나 그는 이 어긋난 장면들을 기적이나 환상으로 과장하지 않는다. 그는 불가능한 배치들을 하나의 고요한 풍경으로 조율하며, 낯섦이 설명되어야 할 상징이 아니라 장면 안에 머무는 감각으로 남게 한다. 《거의 아무것도 아닌 날들》은 이처럼 사소한 배치와 미세한 어긋남이 오래 남는 이미지로 정착되는 순간, 그리고 비현실이 멀리 있는 환상이 아니라 우리가 서 있는 현실의 수면 위에 잠시 비친 또 다른 가능성으로 나타나는 순간을 보여주는 전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신작 20점을 선보인다. 출처 : 옵스큐라 홈페이지
모든 전시 정보에 대한 이미지와 글의 저작권은 각 작가와 필자에게 있습니다.
전시 정보는 변경되거나 오기입될 수 있으니 방문 전 각 기관에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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